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백윤식은 1970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50년 가까이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내부자들, 관상 등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며 ‘명품 배우’라는 수식어를 굳혔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대 위와 스크린 속에도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장남 백도빈, 차남 백서빈, 그리고 며느리 정시아였다.
백윤식의 장남 백도빈은 처음부터 배우의 길을 계획하지 않았다.
체육을 전공하다 군 제대 후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후광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작은 단역으로 데뷔했고, 타짜에서 곽철용의 심복 ‘용해’로 등장해 강렬한 눈빛을 남겼다.
이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미실의 아들 보종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실제 성격은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주로 악역을 맡아 거친 이미지를 소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백도빈은 늘 “백윤식의 아들”이라는 꼬리표와 싸워왔다.
그러나 그는 그 굴레를 인정하면서도 스스로의 연기 세계를 넓혀가며 ‘배우 백도빈’으로 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둘째 아들 백서빈은 영화 제작자를 꿈꾸다 배우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로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의 박수 속에서 느낀 벅찬 감정을 계기로 배우라는 업을 선택했다.
2011년 뿌리 깊은 나무로 데뷔해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한음대 지휘과의 ‘넘버 원’ 한승오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무대 공포증을 가진 지휘자를 연기하며 주원과 대립각을 세운 그는, 현실적인 감정선과 진지한 연기로 신인답지 않은 무게를 보여줬다.
배우 정시아는 드라마 노란 손수건, 두 아내 등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털털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백도빈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 준우를 두었다.
정시아는 한때 남편보다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백도빈의 아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또한 개성 있는 연기와 예능 활동으로 배우이자 방송인으로 자리 잡았다.
백윤식은 아들들이 같은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밝힌 적이 있다.
“다른 길을 걷길 바랐지만,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배우라는 길이 후광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윤식의 두 아들, 그리고 며느리까지 모두 배우라는 공통된 길 위에 섰다.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연예인 가족사’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무겁고도 진지한 숙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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