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수석입학에 조기 졸업했는데.. 주연까지 10년걸린 비운의 여배우


고보결은 중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꾸며 크고 작은 촬영 현장을 다녔다.

이름 없는 보조 출연으로 얼굴을 비춘 횟수만 해도 100번이 넘는다.

드라마 스크린에선 ‘행인’으로 스쳐 지나갔고, 영화 촬영장에선 뒷모습만 잡힐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믿었고, 스스로 준비가 다 됐을 때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쌓아갔다.

2014년 1박 2일에서는 우연히 버스에서 강호동, 김종민을 만나 화면에 단 몇 초 등장했다.

그 짧은 장면에서도 고보결의 또렷한 미모와 차분한 태도는 시청자 눈길을 끌었다.

당시 출연진이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건넸던 장면은, 이후 그가 배우로 성장하는 길에 묘하게 상징처럼 남았다.

고보결은 안양예고를 졸업한 뒤 서울예대 연기과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조기 졸업까지 했다.

뛰어난 성적과 실력을 겸비한 ‘엘리트 코스’였지만, 본격적인 연기 활동은 생각보다 늦게 시작됐다.

데뷔는 2011년 영화 거북이들. 그 후에도 이름을 알리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2017년 KBS 드라마 고백부부를 통해 처음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도깨비, 7일의 왕비, 아스달 연대기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을 맡으며 얼굴을 알려갔다.

작품 속에서 맡은 역할은 크지 않았지만, 흔들림 없는 연기로 조금씩 자신의 색을 보여줬다.

전환점은 2020년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였다. 극 중 고보결은 새엄마 역을 맡아 친모를 잃은 아이를 품어내야 하는 복잡한 감정을 그려냈다.

처음 도전하는 엄마 역할이었기에 그는 직접 육아일기를 쓰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대본에 없는 감정선까지 준비하며 촬영에 임했고, 시청자들은 “작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며 호평했다.

데뷔 10년 만에 첫 주연으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1988년생인 고보결은 올해로 서른여섯.

동안 외모 덕분에 최근까지 교복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했지만, 외적인 모습보다 꾸준히 준비해온 내적인 힘이 더 크게 다가온다.

원로 배우 김혜자를 롤모델로 꼽으며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다.

고보결의 본명은 고우리. 예명에는 ‘맑을 보(洑), 깨끗할 결(潔)’이라는 뜻이 담겼다. 이름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엑스트라로 수백 번 무대를 밟으며 단단히 준비했던 시간, 짧은 예능 출연으로 스쳐간 얼굴, 그리고 데뷔 후 10년 만에 거머쥔 주연 자리까지.

고보결의 길은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쌓아온 시간 덕분에 더 깊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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