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단어가 있었다.
바로 ‘얼짱’.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지도 않았던 시절, 게시판과 카페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소년·소녀들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 중 하나가 배우 김혜성이었다.
뽀얀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 여기에 풋풋한 미소까지.
“학교에 저런 친구 한 명쯤은 꼭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근하면서도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외모는 10대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김혜성은 그렇게 ‘얼짱 1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14만 명의 팬카페 회원을 거느린 원조 스타가 됐다.
하지만 단순히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건 아니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혜성은 “문근영이 사무실에 나를 추천해줬다”며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당시 이미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던 문근영은, 주변에서 “괜찮게 생긴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속사 측에 김혜성을 소개했다.
그 계기가 김혜성이 배우로 데뷔하는 출발점이 됐다.
“항상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원래는 꿈도 없이 지냈거든요. 근영이 덕분에 배우라는 길을 걷게 됐죠.”
김혜성은 지금도 문근영을 떠올리며 감사함을 전한다.
가까이서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준 은인이라는 마음만큼은 늘 간직하고 있다고.
문근영의 추천으로 시작된 연기 인생은 2005년 영화 제니, 주노로 이어졌다.
십대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김혜성은 첫사랑의 상징 같은 소년의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어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정일우와 함께 ‘꽃미남 형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며 전성기를 맞았다.
시간이 흘러 예전만큼 방송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김혜성의 이름은 여전히 ‘얼짱 세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곁에는 늘 “은인”이라 부르는 문근영이라는 이름이 함께 따라붙는다.
그 시절, 풋풋한 외모 하나로 출발했지만 결국 연기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우연히 이어진 한 사람의 추천 덕분이었다.
김혜성의 고백은, 인생에서 만나는 인연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