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하면서 소녀적이다” 박찬욱 감독이 20년째 직접 캐스팅한다는 여배우


배우 이용녀는 누가 봐도 강한 인상의 소유자다.

서늘하고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여고괴담’, ‘곡성’, ‘아가씨’ 같은 영화에서 강렬한 조연으로 활약해왔다.

그런 이용녀의 잠재력을 먼저 알아본 이는 박찬욱 감독이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

당시 이용녀는 박찬욱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돈이 급해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그마저도 어수룩하게 연기를 해 “다신 연락 안 올 줄 알았다”고 했다.

영화 아가씨 中 이용녀
영화 헤어질 결심 中 이용녀&탕웨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작품 출연 제안이 왔고, 이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 그리고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 감독은 그녀를 네 번이나 캐스팅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용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소녀 같기도 한 얼굴.공존하기 힘든 면이 한 사람 안에 다 들어 있다.”

그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이용녀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이용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박 감독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고집했다.

이용녀는 평소 현장에서 조용한 편이다.

촬영이 끝나면 혼자 책을 읽고, 술자리는 피한다.

그런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박찬욱 감독은 오히려 그런 ‘거리감’ 속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발견해냈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는 친밀하지 않다.

차 한 잔도 마셔본 적이 없을 만큼 거리를 유지해왔지만, 그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존재한다.

이용녀는 “살갑게 굴지 못하는 성격 탓”이라고 했고, 박 감독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로 이용녀의 유기견 보호소가 전소됐을 때도 박찬욱 감독은 현장에서 뉴스를 접하고 곧장 안부 문자를 보냈다.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라는 말에 돌아온 답은

“네, 나온 아이들은 다 괜찮습니다.”

이용녀답다고, 박찬욱은 웃으며 말했다.

“자기 안부를 물었는데, 그분 머릿속에는 자기 자신이 없더라고요. 개들과 고양이부터 먼저 챙기는 분이라는 걸 다시 느꼈죠.”

이용녀는 늘 자신을 “표독스러워 보이지만 속은 비어 있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엉뚱하고 허술한 자신을, 박 감독이 독특하게 봐준 덕분에 연기자로서의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됐다고도 했다.

“이제는 절 안 부르실 것 같아요. 근데 이미 너무 많이 받았어요.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이용녀는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또 박찬욱 감독이 “한 번 더 불러줄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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