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가 정신이상 증세까지..” 한국 예능 역사상 가장 잔인했다는 프로그램


2001년,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한 코너에서 시작된 실험적인 리얼리티 예능.

이름은 ‘유리의 성’. 개그맨 김한석이 유리로 만든 집에서 100일간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그는 이혼과 방송 하차를 겪으며 ‘비호감’ 이미지로 몰린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유리의 성’은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설 기회였다. 기획 의도는 ‘비호감 이미지를 벗고 다시 대중의 호감을 얻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하지만 그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했고,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리의 성은 말 그대로 유리로 된 집. 투명한 구조는 김한석의 생활 전부를 외부에 그대로 노출했다.

화장실, 침실, 식사, 운동, 공부… 사생활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집 주변은 일반 대중도 접근 가능한 KBS 별관 주차장이었다.

초반에는 “열심히 살아보자”는 그의 의지가 빛났고, 사람들은 유리 앞에 모여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50일쯤 지나며 상황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사라졌고, 그를 찾는 이는 보험 영업사원뿐이었다.

생명보험을 권유받는 상황이 방송에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

결국 김한석은 심리적 한계에 도달했다.

말수가 줄고 표정이 굳어갔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리의 성’은 중도 폐지됐지만, 그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이유로 끝까지 100일을 채웠다.

프로그램 종료 후, 제작진은 “무엇이든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김한석은 조용히 말했다. “순대술국 대짜 하나, 소주 한 병이요.”

국밥을 앞에 두고 조용히, 그리고 오래 울었다.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기억한다.

거창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단지 한 끼의 따뜻함을 원했다.

어떤 소원도, 어떤 보상도 감당하고 싶지 않았을 만큼 지쳐 있었던 것이다. 끝까지 비난받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리의 성’은 이후 인권침해 논란의 대표 사례로 기록되며 방송계에서도 금기처럼 언급되었다.

당시 PD는 “호감을 얻는 기획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기획의 방향성과 그 과정의 무게는 완전히 달랐다.

몇 년 뒤 김한석은 한 방송에서 “시청자와의 약속이라 생각해 100일을 버텼지만,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팬은 점점 줄고, 하루하루 감정의 폭도 사라졌던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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