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휘향은 오랜 시간 묵직한 연기력으로 얼굴을 알려왔다.
드라마 속 강한 여성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지만, 실제 삶은 의외로 따뜻한 사랑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남편 김두조와의 결혼은 당대에도 큰 화제를 모았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특별한 러브스토리로 남아 있다.
1980년대 초반, 신인 배우로 막 데뷔했던 이휘향은 포항에서 한 드라마의 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본 김두조는 낯선 감정에 사로잡혔다. 당시 그는 포항 일대에서 이름이 알려진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다.
마음이 깊어질수록 쉽게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서울까지 올라와 방송국 앞에서 며칠을 기다렸고,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이휘향을 만나게 됐다.
이휘향은 23살, 김두조는 42살이었다. 나이 차가 크고 배경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갔다.
당시 연예계에는 조폭 출신 매니저나 후견인이 많았고, 여러 소문이 뒤따르던 시기였다.
이휘향의 결혼 역시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
김두조는 결혼 이후 조폭 생활을 접고 지역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포항에서 권투 선수들을 육성했고, 봉사활동과 기부에 앞장섰다.
서울에서 연기를 이어가던 이휘향과는 주말마다 만나는 생활이 계속됐고, 떨어져 지내는 시간에도 서로를 향한 애정이 식지 않았다.
김두조는 이휘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직접 노래로 표현했고, ‘주말부부’라는 곡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활동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집안의 반대 속에서 어렵게 이뤄졌다.
결혼 초기엔 바닷가 텐트에서 생활했고, 그 안에서 외동아들을 낳고 함께 키웠다. 이휘향은 다시 연기를 시작했고, 김두조는 묵묵히 뒤를 지켰다.
아내가 첫 영화에 도전하던 날에는 촬영장을 직접 찾아가 스태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개봉을 몇 달 앞둔 시점에 김두조는 병원에서 폐암 판정을 받았다.
이미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고,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두조는 조용한 성격답게 주변에 알리지 말고 장례도 소박하게 치러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 그는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수천 점의 문화유산을 한동대학교에 기부했다.
지역 사회를 위한 기부와 봉사, 교정시설에서의 공연, 장애 아동을 위한 활동 등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김두조는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했고, 그 중심에는 아내 이휘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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