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어느 날, 빵을 든 남자와 그것을 바라보던 아기 소녀가 있었다.
한 제과 브랜드 광고 속 정우성과 김향기의 첫 만남이다. 당시 김향기는 고작 29개월.
유모차를 끌고 동생을 돌보는 아이 역할로 등장했고, 정우성은 그런 아이에게 다정하게 빵을 건넸다.
그 짧은 광고 한 편이 둘의 시작이었다.
14년이 흐르고, 광고 속 꼬마는 스스로 빵을 나눠 줄 줄 아는 소녀로 자라났다.
그리고 그 앞에 다시 나타난 사람이, 정우성이었다.
영화 <증인>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소녀 지우와 변호사 순호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정우성은 따뜻하지만 현실에 타협한 변호사 순호를, 김향기는 세상의 언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바라보는 지우를 연기한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친밀했던 건 아니다. 작품 속에서처럼,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이 있었다.
특히 정우성은 김향기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이 기억조차 못하는 광고 속 아이가, 이제는 한 작품을 함께 책임지는 배우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뭉클했다고.
정우성은 김향기를 단순한 후배가 아닌, 같은 무대 위에 서는 동료 배우로 존중한다.
촬영장에서 자폐아 역을 맡은 김향기가 실제로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캐릭터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큰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향기 역시 “우성 삼촌은 배려의 아이콘”이라며, 정우성에게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어린 시절 함께했던 기억이 전부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 배우로 마주 선 지금이 훨씬 더 뜻깊다는 걸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증인>은 단순히 따뜻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정우성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 역시 치유받았다고 말한다.
지우를 통해 순호가 삶의 본질을 되찾은 것처럼, 김향기와의 재회는 배우 정우성에게도 초심을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광고 속 어색한 첫 인연이 세월을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졌고, 그 작품은 다시금 두 배우를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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