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TV조선 ‘미스터트롯’ 결승 생방송.
실시간 문자투표가 몰리며 서버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총 투표 수는 무려 773만 콜.
모두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제작진은 순위 발표를 일주일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그날의 MC, 김성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에 쥐어진 것은
‘773만 1781표’
‘집계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밤 10시에 결과 발표합니다’
단 세 줄짜리 큐카드.
당황한건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였으며 김성주보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였다.
예상치 못한 방송 사고, 수백만 명이 지켜보는 생방송 현장에서 그는 침착하게 마이크를 들었다.
당시 김성주 멘트 전문을 그대로 가져왔다.
“결과를 발표해드립니다. 자 일단은 실시간 국민투표로 들어온 우리 시청자분들의 문자투표 콜 수를 말씀드립니다.
전체 문자투표 숫자는 773만 1781콜입니다. 773만 1781콜. 이 투표수 정말 경이로운 투표수입니다.
아..문자투표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전례 없는 문자투표 숫자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이게 말이죠 그.. 콜 수를 집계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번호와 그리고 비율에 최종 결과를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문자투표를 담당하고 있는 업체의 얘기로는 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송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770만 콜이기 때문에… 자 그래서 그래서. 저희가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 시청자 분들께 그리고 우리 탑7 도전자 분들께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투명하고 정확한 채점을 위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투표의 결과가 확인이 될 때까지 최종 결과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일주일 뒤에 3월 19일 목요일 밤 10시. 특집 미스터트롯의 맛 토크 콘서트 시간에 발표해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잠정적으로 이렇게 결정을 해드립니다. 여러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표들. 모든 표를 저희가 비율이 대충 이렇다 라고 해서 발표를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1 2 3 위의 표 차이가 그리고 7위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접전이고 박빙이기 때문에 여기서 저희가 대충 이렇습니다 라고 발표하기에는 여러분들의 기대가 너무 크시고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저희가 소중한 한표 한표를 다 놓치지 않고 반드시 모두 반영해서 늦어지는 만큼 더 정확하고 공정하게 발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성원에 저희가 부응해드리지 못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구요.
결과 발표를 늦은 시간까지도 기다리셨을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 그리고 탑7 그리고 우리 가족 여러분들 다시 한번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시청자 여러분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주 목요일 3월 19일 밤 10시입니다.
미스터트롯 진을 그 시간에 정확히 발표해드리겠습니다.”
세 줄짜리 큐시트만으로 무려 1시간을 끌어냈다.
저 무지막지한 대사를 즉흥적으로, 막힘없이 술술 풀어낼 수 있는 MC가 김성주말고 또 있을까?
이찬원은 “김성주 선배님이 명MC라는 걸 다시 느꼈다”며 생방송 직후 공개적으로 감탄을 표했다.
이날 생방송이 사고가 아니라 ‘순간의 명장면’으로 남게 된 데엔 김성주의 역량이 있었다.
김성주는 이미 ‘슈퍼스타K’, ‘복면가왕’,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서 수많은 돌발 상황을 겪었다.
그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흐름을 잡아줬다.
‘미스터트롯’에서 벌어진 이 생방송 사고는 어쩌면, 김성주라는 MC가 왜 ‘믿고 맡기는 진행자’인지 설명해주는 순간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김성주가 아니었다면 방송사고였다”는 반응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 위기를 ‘에피소드’로 바꾼 것도, 진짜 주인공은 김성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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