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효춘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청순 멜로 여배우였다.
1968년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70년대 ‘청춘의 덫’, ‘파도’, ‘들장미’ 등에서 청순가련한 여주인공 역할로 사랑받았다.
한때는 ‘최고의 멜로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이후엔 애교 많은 엄마, 유쾌한 아내 등 다양한 모습으로 긴 시간 안방극장을 지켰다.
하지만 화려한 활동 뒤편에는 긴 침묵과 외로움의 시간이 숨겨져 있었다.
결혼, 이혼, 그리고 이후의 오랜 고통은 최근 방송을 통해 조심스럽게 세상에 전해졌다.
이혼 후, 가장 친했던 동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고, 한동안은 혼자 집에 틀어박혀 지냈다.
이혼한 여성이라는 시선이 낙인처럼 따라붙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조용한 시간은 엉뚱한 곳에서 뜻하지 않게 끝이 났다.
다시 일을 시작하며 차를 바꾸던 중, 서류상 상태가 ‘미혼’으로 표기돼 있었다.
자동차 관련 서류를 처리하던 딜러가 그 점을 이상하게 여겼고, 문제는 그 딜러가 다름 아닌 절친한 동료의 남편이었다.
딜러는 이혼 사실을 집에서 아내에게 전했고, 그 이야기는 곧 주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기자들까지 찾아오면서 이효춘은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혼 사실이 기사로 공개됐다.
그때의 심정은 그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을 만큼 참담했다고 털어놨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던 순간, 유일하게 기대고 싶었던 존재는 데뷔 초부터 자신을 챙겨주던 한 감독이었다.
처음으로 그에게 모든 이야기를 꺼내며 눈이 붓도록 울었고, 위로를 받으며 잠시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사소한 일에도 면박을 주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람들 앞에서 혼내는 일이 반복됐다.
웃음이 터져도 자제를 못 한다며 마이크를 켜고 꾸짖기도 했고, 그런 경험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그 이후로도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누군가 다가와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진심을 믿기 어려웠다.
스스로도 눈이 높다며 웃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함께 밥을 먹고, 웃으며 하루를 나눌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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