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앵란이 《진품명품》에 남긴 전설 같은 이야기
대한민국 대표 장수 프로그램 KBS1 《TV쇼 진품명품》에는 수많은 의뢰품과 감동적인 사연이 쌓여 있다.
그중에서도 배우 엄앵란이 들고 나온 ‘달항아리’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엄앵란은 결혼 후 무료하던 시절, 인사동에 들렀다가 우연히 달항아리를 보게 됐다. 가격은 5만 원 남짓.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구매해 집에 두었다.
세월이 흐른 뒤, 이 달항아리를 《진품명품》 감정단 앞에 내놓았다.
감정위원이었던 이상문 위원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보자기에 덜렁 싸서 가져오셨는데, 사실 굉장히 귀한 물건이었죠.”
감정가는 무려 5천만 원.
당시 엄앵란은 “6만 원 정도에 샀다”고 회상했으니, 천 배 가까운 가치로 뛰어오른 셈이다.
결국 가져올 때는 보자기에 넣어왔지만, 돌아갈 땐 품에 꼭 안고 돌아갔다고 한다.
《진품명품》은 1995년 첫 방송 이후 지금까지 6100여 점이 넘는 고미술품을 감정해왔다.
출장 감정만 820여 곳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기록들이 탄생했다.
최고 감정가 1위는 2011년 방송된 조선시대 풍속화 석천 한유도(石泉閒遊圖)로, 감정가 15억 원이 매겨졌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2위는 청자 역상감 모란문 장구로, 12억 원의 감정가를 기록했다.
악기로 사용되던 이 청자는 기법과 보존 상태 모두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반대로 감정가 0원을 받은 사례도 있다.
바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유묵 ‘敬天(경천)’.
“하늘을 공경하라”는 뜻을 담은 이 글귀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뒤에 공개 감정에서는 6억 원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방송 당시 ‘값을 매길 수 없다’는 판정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진품명품》은 단순히 물건의 가격을 매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시대를 건너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앵란의 달항아리처럼 우연한 만남이 큰 가치를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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