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MBC 레전드 아나운서, 아들은 MBC 기자”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재용은 오랜 세월 방송가에서 ‘믿고 보는 진행자’라는 타이틀을 지켜왔다.

1980년대 후반 입사해 뉴스와 교양, 예능을 넘나들며 시청자들과 함께한 그의 방송 인생은 30년이 훌쩍 넘는다.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목소리로 뉴스 현장을 전하던 그는, 어느새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무대에서 다시 시청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재용을 더욱 빛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아버지로서의 모습이다.

큰아들 이지호, 아버지의 길을 잇다

이재용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큰아들 이지호, 그리고 재혼 후 얻은 늦둥이 태호 군이다.

특히 첫째 이지호는 아버지를 쏙 빼닮아 방송국의 길을 걷게 됐다.

이지호는 학창 시절부터 성실함으로 이름을 알렸다.

매일같이 플래너를 작성하며 스스로를 관리했고,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줄 긋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백마다 생각을 적어가며 자기 언어로 지식을 소화했다.

이런 습관 덕분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 합격했고, 졸업 후에는 치열한 언론고시를 뚫고 MBC 영상기자로 입사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그 회사에서, 이제는 아들이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는 것이다.

이재용은 “내가 다니던 회사에 아들이 들어가니 할 말이 많아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주말 <뉴스데스크> 고정 코너인 [현장 36.5]를 맡고 있다.

이 코너는 영상기자가 직접 아이템을 기획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촬영과 편집까지 모두 해내는 독특한 뉴스 형식이다.

말 그대로 기자 한 명이 기획자이자 연출자, 기록자로서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이다.

이지호가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사고가 아니다.

1000원 밥상을 지키는 사람들,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자폐 화가의 세계 같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시청자 반응도 다르다. 일반 뉴스가 날선 댓글을 불러온다면, [현장 36.5]에는 “덕분에 몰랐던 세상을 알았다”, “따뜻한 이야기에 힘이 난다”는 응원이 많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영상기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라고 이 코너를 소개했다.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사람의 체온을 담아내는 그의 모습은, 아버지 이재용이 목소리로 전해온 시대의 기록과 닮아 있다.

아버지는 목소리로, 아들은 카메라로 세상을 기록한다.

역할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세상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이재용은 한 방송에서 “내가 다니던 회사에 아들이 들어갔다는 게 참 묘하다. 같은 일을 하니 할 말도 많아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아버지가 아들의 방송을 보며 응원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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