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문영미. 한때 ‘원조 미녀 코미디언’으로 불리며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던 그녀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 시작은 작은 반항 하나였고, 끝은 몇 번의 사랑과 몇 번의 상처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하녀 역할만 주길래… 대본을 찢고 나왔다”
1972년 MBC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문영미는 데뷔 초부터 눈에 띄는 외모와 분위기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맡는 역할은 대부분 하녀나 무수리 같은 단역이었다.
“다른 동기들은 다 마님 역할인데, 나는 늘 하녀였어요. 대사도 두 줄. 기분이 안 좋아서 그냥 대본을 찢고 나왔죠.”
그 한 번의 행동은 방송가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선배들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이후 수년간 방송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
그렇게 야인 생활을 하던 중, TBC와 KBS가 통합되면서 문영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코미디언 이상해가 한 PD에게 “문영미가 아깝다”며 추천을 한 것이다.
과거 일을 기억하고 있던 PD는 문영미에게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라”며 조건을 내걸었고, 결국 그녀는 5~60여 명의 선후배 앞에서 “앞으로 잘 하겠다”고 공개 선서를 하고 방송에 복귀했다.
그 뒤 그녀는 1993년 KBS 연기대상을 받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문영미는 결혼을 두 번 했다.
하지만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사람들이 없으면 이 세상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결혼을 선택했죠. 결국 그게 제 실수였어요.”
두 번의 결혼 모두 아이 없이 끝났다. 전남편들은 무능력했고, 그녀가 일해서 번 돈마저 사기와 바람으로 다 날아갔다.
“위자료도 못 받았어요. 있는 돈까지 내줬죠.”
문영미는 재기를 위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믿고 맡긴 중개인이 예전에도 수익을 안겨준 적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정말 잘 될 거라 믿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사라졌죠.”
알고 보니 자신 포함 7명에게 같은 부동산을 팔아넘겼고, 피해액은 총 49억 원에 달했다.
문영미는 그 중 두 번째 계약자였다. 그 후 사업을 위해 전 재산과 빚을 끌어 12억을 들였지만, 또 한 번 사기를 당했다.
“19억을 날렸어요. 하루에 11~12군데 행사를 뛰며 번 돈이었는데…”
문영미는 자녀가 없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10여 년 함께한 강아지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때부터 혼자라는 감각이 몰려왔어요. 불면증이 시작됐고, 최면도 걸어보고, 아무것도 안 됐죠.”
그래서 요즘은 마인드컨트롤을 한다고 한다. 낮에는 일부러 몸을 움직이고, 피곤하게 지내면서 잠을 유도한다.
그녀는 말한다.
“이제 들이대는 남자도 없어요. 그냥 이렇게 혼자 살아야 하나 보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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