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오빠, 박상원 아빠가 저를 안고 다녔던 기억이 생생해요.”
박은빈이 스스로 떠올린 어린 시절의 장면이다.
그녀가 첫 드라마를 찍은 건 불과 여섯 살 무렵. 1998년 SBS <백야 3.98>에서 “계란” 한 마디를 내뱉으며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이 드라마에는 이병헌, 박상원 같은 톱스타들이 출연했고, 당시 현장에서 어린 박은빈을 번갈아 안아주며 챙겼다고 한다.
그저 일회성 출연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그는 <명성황후>, <상도>, <유리구두> 등 굵직한 작품에서 아역으로 등장하며 꾸준히 필모를 쌓았다.
카메라 앞에서만 27년. 긴 시간 동안 스포트라이트가 꺼지지 않았던 아역배우가 자라 어느새 주연을 책임지는 배우가 됐다.
연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2002년, 국민 코미디 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 ‘수다맨’ 코너에 귀여운 꼬마가 등장했다.
위기 상황에서 “도와줘요, 수다맨~”을 외치며 강성범을 부르던 아이. 바로 11살 박은빈이었다.
처음엔 특집으로 한 번만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3개월간 고정 출연까지 이어졌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줄줄 읊는 수다맨 옆에서 또박또박 대사를 주고받던 모습은 지금 봐도 앳되고 사랑스럽다.
박은빈은 이 시절을 떠올리며 “기억이 생생하진 않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무렵 상암 경기장에서 특별 무대를 했던 건 기억나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은빈은 연기를 쉬지 않았지만, 학업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 <그것이 알고싶다> ‘아역스타, 누구를 위한 꿈인가’ 편에 출연해 촬영 틈틈이 리코더 연습을 하고, 수업이 끝난 뒤엔 학원에 가는 일상을 보여줬다.
그녀는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다 해보고 싶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결국 수시로 서강대 심리학과에 진학했고, 신문방송학까지 함께 공부했다.
그렇게 자라난 박은빈은 드라마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를 거쳐 마침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났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라는 어려운 역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드디어 ‘박은빈의 시대’를 열었다.
어린 시절 품에 안아주던 선배들의 진심이, 지금의 박은빈 안에도 묻어난다.
“제가 이렇게 컸어요. 감사합니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