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에게 2005년은 인생을 바꿔놓은 해였다.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 ‘공길’ 역에 발탁되며, 그는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외모와 섬세한 연기로 그가 연기한 ‘공길’은 관객들의 뇌리에 깊게 남았고,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를 국민배우 반열에 올려놓았다.
비슷한 시기 출연한 SBS 드라마 <마이걸> 역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준기 신드롬’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CF 제안이 쏟아졌고, 그가 모델로 출연한 음료는 단기간에 100억 매출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갑작스런 인기와 변화된 환경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매니저 없이는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
술 한 잔 마시는 자리도 사방이 막힌 VIP룸에서만 가졌고,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하니까 다 같이 먹고 사는 거야”
“내가 아니면 안 돼”
이런 생각들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결국 그가 상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거만한 태도로 드러났다.
인터뷰 현장에서도 기자들을 향해 “왜 준비를 안 해오냐”, “기자로서 너무 한 거 아니냐”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결국엔 ‘가장 빨리 변한 스타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까지 얻는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건 오랜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어느 날, 자신의 허세 가득한 태도를 보던 친구들에게 이렇게 들었다.
“너 보기 역겹다. 예전에 우리가 알던 준기가 아니다.”
“너랑 말 섞는 것 자체가 싫어.”
그 말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충격이었다.
처음엔 이해해주던 친구들마저 지쳐서 떠나는 상황.
그제야 그는 스스로가 변했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그날 이후, 그는 매일 밤 울었다.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공포”
“껍데기만 남은 느낌”
이준기는 그렇게 자신의 바닥을 마주했다. 일주일 가까이 울며 스스로와 마주했고, 결국 “다시 시작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말 한마디라도 진심을 담아 하기로 했고, 현장에선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로 다짐했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고생하는 이들을 먼저 챙기며, 묵묵히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줬다.
시간이 흘러 그는 달라졌다.
“과거 건방졌다”는 말 대신, 지금은 “겸손하다”, “배려 깊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 기자들까지 하나같이 그를 “촬영장의 활력소”, “진짜 사람 좋은 배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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