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대한민국에 건강 열풍을 불러일으킨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엔도르핀 박사’로 불린 이상구 박사다.
고기가 보약이던 시대에 “건강의 핵심은 채식과 긍정적인 마음”이라는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강연만 했다 하면 신문 3면을 장식했고, 채소가 동나고 고기값이 뚝 떨어질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엔도르핀 주세요”라고 약국에 가는 사람들이 생겨날 만큼, 그의 말 한마디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놨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갑자기 한국에서 사라졌고, 그를 둘러싼 ‘사망설’까지 돌았다.
사연은 이랬다.
채식을 강조하자 축산업계는 거세게 반발했고, 여의도에는 “이상구 퇴출” 시위까지 벌어진 것이다.
“방송사 때려 부수자”
“이상구는 없어져야 할 인간이다”
“이상구식 채식은 서양인에게나 타당하다”
살해 협박까지 받은 그는, 결국 “이놈의 나라, 다시는 안 와”라며 미국으로 떠났다.
그때는 모든 게 혼란스럽고 무서웠다고 고백한다.
시간이 흘러, 이상구 박사는 강원도 속초 설악산 자락에 낡은 리조트 하나를 사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매일같이 15kg짜리 돌과 역기를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그 나이가 무려 팔순, 여든이다.
이상구 박사의 인생엔 두 번째 사랑이 찾아왔다. 그는 강연장에서 19세 연하의 이은숙 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망설였다. 나이 차이도, 세간의 시선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 사람 외에는 없다”는 확신으로 고백했고, 결국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재혼했다.
장모님보다 10살이나 많은 사위.가족들의 반대는 컸지만, 세월이 지나며 모두 두 사람의 진심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때 ‘달걀조차 거부했던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던 이상구 박사.
지금은 아내의 영향으로 청란(파란 달걀)도 먹고, 갈비탕도 가끔 외식으로 즐긴다.
이상구 박사는 평생을 바쳐 건강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팔순이 된 지금,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인생에서 찾은 최고의 건강 비결은 사랑입니다.”
27년을 함께한 아내, 그리고 매일 함께 산을 오르는 이 일상의 행복이 그 어떤 명약보다 강력한 ‘면역력’이 되어줬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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