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7일, MBC 뉴스 말미.
박소현 아나운서의 휴가로 대신 진행하게 된 문지애 아나운서는 생방송 클로징 멘트를 읽던 도중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뜨린다.
당일 뉴스에는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 소식이 포함돼 있었고, 뉴스 분위기는 무거웠다.
결국 이 짧은 웃음 한 번이 파문으로 번졌고, 문지애는 자신이 맡던 평일 5시 뉴스에서 하차하게 된다.
문지애의 사례가 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비교할 수 있는 사례들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MBC 소속 장미일 앵커는 ‘뉴스투데이’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몇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김병헌 기자가 헤드라인을 읽던 중 실수로 “주자”를 더듬자,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한 장미일은 결국 “어떡해…”라는 말까지 흘리며 뉴스는 리포트로 급히 전환됐다.
YTN 이종구 앵커 역시 생방송 도중 ‘빵꾸똥꾸’라는 단어를 리포팅하다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앉은 이여진 앵커도 고개를 숙이며 겨우 웃음을 참았고, 화면은 그대로 방송을 탔다.
이런 사례들 속에서 누구도 뉴스에서 하차하지 않았고, 뉴스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문지애는 하차했다.
사건이 있던 다음 날, MBC 아나운서국은 문지애의 하차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앵커에게는 감정의 절제가 필수다.
비록 뉴스 도중은 아니었지만 적절치 못한 웃음으로 책임을 묻게 됐다.”
이유만 들으면 납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였을까.
당시 문지애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아나테이너’ 중 한 명이었다.
<지피지기> 등 예능 출연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었고, 젊고 밝은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하차가 단순한 ‘감정 절제 실패’가 아니라, 예능에 진출한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가시 같은 시선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방송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대부분은 사람답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2007년, 최현정 아나운서는 생방송 도중 급체 증상으로 화장실에 가게 됐고, 이 소리가 그대로 방송을 탔다.
급하게 마이크를 끄려 했지만, 제작진과의 의사소통이 어긋났고, 3분 넘게 헛구역질 소리와 물 내리는 소리가 방송됐다. 그 역시 뉴스에서 하차하지는 않았다.
비슷한 웃음에도 누구는 괜찮았고, 누구는 책임을 졌다.
결국 문제는 ‘웃음 자체’가 아니라 ‘웃은 사람’이었던 건 아닐까.
문지애 아나운서의 웃음이 뉴스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뉴스 클로징 멘트에서 터진 짧은 웃음이 ‘하차’로 이어질 정도였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