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의 본명은 조원준이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조진웅’이라는 이름에 익숙하지만, 이 이름은 사실 그의 아버지 이름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엔딩 크레딧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릴 때, 문득 아버지의 이름을 쓰고 싶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릴 전환점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별걸 다 가져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날 이후, ‘조진웅’이라는 이름으로 연기 인생을 걸기 시작했다.
조진웅은 “아버지 이름을 쓰면 함부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게감이 있고,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이름이라는 뜻이다.
‘조진웅’이라는 이름은 단지 멋있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을 등에 업고, 매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연기를 이어가는 각오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제는 내 이름을 돌려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말처럼, 그 이름이 단순한 예명이 아닌 마음의 약속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부산에서 오랜 시간 연극을 했다.
극단 활동, 서울시립극단 입단, 다시 퇴단. 연극 무대는 그에게 연기의 근육을 만들게 해준 공간이었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단역으로 충무로에 데뷔했고, 이후 <폭력써클>에서 정경호와 함께 출연하며 존재감을 조금씩 드러냈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 작품이 내 얼굴을 처음 알린 계기였다”고 말한 바 있다.
조진웅은 자신에게 무명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땐 가족을 책임지는 위치가 아니었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연극만 했다. 지금은 여러 고민이 있지만, 그 시절은 그 자체로 자양분이었다.”
<추노>의 곽한섬, <뿌리 깊은 나무>의 무휼, <퍼펙트 게임>의 김용철, <범죄와의 전쟁>의 김판호, <끝까지 간다>의 박창민.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색으로 풀어내는 배우.
특히 부산 사투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더욱 생생했고,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스펙트럼은 그를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게 했다.
여전히 “이름이 주는 무게 때문에,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명이 아니라, 약속처럼 쓰고 있는 이름. 조진웅이라는 이름 안에는 가족, 연극, 무대, 책임감, 그리고 자신과의 긴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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