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눈빛과 서늘한 표정, 그리고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 그 모든 것들은 타고난 외형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안보현에겐 남들이 미처 몰랐던 과거가 있다. 바로 복싱 선수 출신이라는 이력이다.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고, 부산체고로 스카우트될 만큼 실력이 좋았다.
전국 대회에서도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당시엔 올림픽 메달 후보로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반복된 부상과 부모님의 반대가 겹치면서, 결국 복싱을 접어야 했다.
체육관에서 보내던 매일의 땀 냄새가 사라진 뒤에는 막막함이 남았다.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도 진로는 뚜렷하지 않았다. 군인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모델을 권하며 새로운 길이 열렸다.
큰 키와 단단한 체격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한번 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모델 일은 예상보다 재미있고 자신과 잘 맞았다.
이후 체대를 포기하고 대경대 모델학과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컬렉션 런웨이에 서며 데뷔한 뒤에는 교수들의 기대도 컸고 친구들의 부러움도 따라붙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해온 운동 탓인지 몸이 계속 커졌고, 결국 피팅이 어려워지면서 모델로서의 활동은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안보현은 모델 활동을 접은 뒤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당시 같은 모델 출신이었던 김우빈이 배우로 전향하면서 큰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본인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연기의 세계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하려면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다.
연기학원 수업료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한 달간 모은 돈으로 수업을 듣고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누구보다 절실했고, 그만큼 집중했다. 처음에는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 해보며 감정을 익혔고, 점점 자신만의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역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쌓아올린 결과, 2014년 <골든크로스>로 드라마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최고의 연인>, <태양의 후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2020년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마이 네임>, <유미의 세포들> 등 주목받는 작품들이 이어지며 탄탄한 필모를 쌓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갑작스러운 스타가 되지만, 안보현은 그런 종류의 배우는 아니다.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을 천천히 찾았고, 무대 위에서 땀 흘릴 준비를 마친 사람이다.
앞으로 어떤 옷을 입든, 어떤 배역을 만나든, 이 사람이 보여줄 새로운 얼굴들이 기다려진다.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